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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故최숙현 선수로 다시 마주한 韓체육계의 ‘민낯’

by 대한민국청소년의회 2020. 7. 29.

 (조은영 기자) 지난 달 26, 경주 시청에 몸담고 있던 한국의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가 경주 시청 바이애슬론 팀닥터와 코치, 주장 등으로부터 수년간 지속된 폭력과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사회가 분노로 휩싸인 후 꼬박 1년 반이 지났다. 결국 심석희 선수의 간절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침묵의 카르텔은 깨지지 못한 셈이다.

 

 故최숙현 선수는 어린 고등학생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경주 시청의 소속 선수로 입단한 후부터 최 선수는 임시고용 되었던 팀닥터와 감독의 주도로 극심한 가혹행위에 시달려야 했다. 최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오랜 기간 남겨왔던 녹취록으로 인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 코치로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3일간 굶으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너무 배가 고파 복숭아 1개를 먹었다는 이유로 온갖 욕설과 폭행을 받아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앞장 서 돕고 이끌어야 할 팀의 주장마저 이와 같은 행위에 가담하며 최숙현 선수를 끝내 사지로 내몰았다.

 

 그러나 최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비단 팀 내의 가해자들 뿐만 이라고 할 수 없다. 경찰의 조사와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최선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입은 폭행과 가혹행위 사실을 알리고 구제를 요청하기 위해 경주시, 대한 체육협회 등 관련 공공기관들에 진정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 팀코치와 주장을 경찰에 직접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최선수가 목숨을 끊기 바로 전 날 까지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정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녀가 힘겹게 이야기를 전달했던 모든 기관들은 그녀의 간절한 외침을 끝내 듣지 외면한 것이다.

 

 지난 6일에 실시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경주 시청 소속 감독과 주장, 팀 선배는 하나같이 가혹 행위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폭행의 사실이 없기 때문에 최선수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폭행의 최일선에 있었던 팀닥터의 경우는 해당 팀에 정식 고용된 것이 아닌 계약직이였기 때문에 그의 현 소재지조차 파악하지 못하였다. 결국 감독과 주장 선수는 영구 제명 처분이, 선배 선수에게는 자격정지 10년 처분이 내려졌다.

 

 어디서부터 근본적 문제가 시작된 걸까. 모두가 예상하듯, 이러한 성인 체육계 비극은 아마도 그들의 유년시절 몸담고 있던 학교 체육팀부터 이어져 왔을 것이다. 지난 16일 대전의 한 학교에서는 감독이 학생에게 운동시간을 배제시키며 하루 3시간씩, 2주 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게 하는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성인 체육계에 안정적으로 소속되고, 젊은 시절을 바친 자신의 종목에서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당연히 감당해야 할 과정이라는 인식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해 심석희 선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 내어 코치를 고소하는 이유에 대해 2, 3의 심석희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 체육계와 스포츠 인권 관련 기관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는 소중한 체육인 한 명을 안타깝게 잃은 지금, 한국 체육계는 더 이상 고통받는 선수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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